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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말

노인이-손바닥에-다양한-색깔의-알약을-담고-걱정스러운-표정으로-눈을-감고-있는-모습-배경에는-약-모양과-물음표-그래픽이-조합된-추상적-일러스트가-표현되어-노인의-과다-약물복용에-대한-고민을-상징적으로-표현함

“할머니, 약이 몇 개냐고 물어보시더니 의사가 ‘이거 한 번 줄여볼까?’라고 하셨죠.” 80대 할머니는 가족이 직접 챙겨드린 약 봉지를 열고 고개를 갸웃하셨다.

 

늘 먹던 약이니까 당연히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사는 불필요하거나 위험한 약이 있다며 일부 중단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몸이 더 개운하고 소화도 좋아졌다고 하셨다.

 

과연 노인이 약을 줄여도 괜찮은 걸까? 오히려 몸이 나빠지진 않을까? 이 질문은 많은 가족과 본인에게 큰 고민이 된다.

 

오늘은 노인의 다약제 복용 실태와 그 위험성, 줄이는 방법(디프레스크라이빙) 그리고 의사와 함께 결정할 때 주의할 점을 짚어보며, ‘약은 줄일 수 있다’는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노인의 다약제 복용 현황과 정의

‘다약제(polypharmacy)’란 일반적으로 하루 다섯 가지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을 뜻한다. 고령층에서는 여기에 10개 이상을 복용하는 ‘과다 다약제(hyper‑polypharmacy)’도 흔히 나타난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90일 이상 5개 이상 약을 복용하는 비율은 41.8%이고, 10개 이상 복용 비율은 14.4%에 이른다. 180일 기준도 각각 38.1%, 9.4% 수준이다.

 

특히 66세 이상에서는 5개 이상 복용자가 35.4%(90일 이상), 10개 이상은 8.8%에 달하며, 비적절한 약물을 평균 2.4개씩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약을 많이 먹는 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복합적인 만성질환과 분절된 의료체계에서 비롯된 현실이다.

 

다약제 복용의 위험성: 부작용과 상호작용

약이 많아질수록 부작용이 늘고, 약간의 변화에도 민감해진다. 실제로 고령자 다약제 복용은 약물 간 상호작용, 처방 오류, 부작용, 오진(처방 연쇄) 등을 증가시킨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다제약을 복용한 고령층 중 절반 이상이 부적절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이것은 사망 위험을 25%, 장기 요양 가능성을 46%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70대 여성이 21개 약을 8개로 줄인 후 인지능력·활력·균형감이 회복된 사례를 소개하며, 다약제 위험성을 강조했다.

 

노인은 신체 기능이 약해 약의 흡수·배출·대사 속도가 달라지므로, 같은 약도 더 강하게 작용하거나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낼 수 있다.

 

의학 기준과 안전 가이드라인

미국 노인의학회는 ‘Beers 기준’을 통해 고령환자에게 부적절한 약품 목록을 제공하며, 이를 참조해 처방을 검토하도록 권고한다.

 

Deprescribing(디프레스크라이빙)은 약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중단하는 의료행위로, 부작용 감소와 삶의 질 향상에 효과적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의사·환자 면담 후 약을 줄이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줄이기, 이렇게 접근하자

의사와 상의해 약을 줄일 때는 다음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① 복용 중인 약 목록을 정리한다
② 주치의·약사와 함께 Beers 기준, 적응증 등을 검토
③ 약 하나씩 2주~4주 단위로 감량 또는 중단
④ 혈압·혈당·증상 등을 모니터링
⑤ 이상 증상 발생 시 즉시 보고하고 대응
⑥ 정기적으로 다시 평가하며 필요시 재조정
 

이 과정에서 단골 약국·주치의를 지정하면 처방 연쇄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과 대체 방안

약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평소 건강관리로 초기 질환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보건 연구에 따르면 고령층이 정상 체중을 유지하며 비흡연·운동·건강한 식습관을 지킨다면 다약제 복용 위험이 40~50% 감소한다.

 

또한 한의학,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의 보완요법은 일부 증상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며, 약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가족이 도움을 줄 때 고려할 점

환자 본인 스스로 결단하기 어려울 때, 가족의 지원과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가족은 약의 효과와 부작용 변화를 기록하고, 환자와 함께 상담에 참여하도록 돕는다. 특히 인지 변화, 균형감 저하, 소화 불량 등의 작은 증상이라도 즉시 의료진에 알리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의료진이 변경할 때는 충분한 설명과 모니터링 계획을 함께 요청해야 한다.

 

 

 

맺는말

처음 할머니는 “의사 선생님이 왜 이렇게 많이 넣어두셨을까”라며 황당해하셨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몇 개씩 줄이자 소화가 편해지고 어지럼증도 줄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노인의 약은 줄여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단지 덜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말 필요한 치료만 남기기 위한 과정이라는 걸 기억하자.

 

다음 글에서는 ‘약과 함께하는 식사, 건강한 약물 복용법’을 다룰 예정이다. 함께 읽고 더 건강한 내일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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